(세월 속으로 들어온 봄)
작성자 : 본교 37회 고영창 조회 823 작성일 2018-04-14

​도시의 가로수가 연두색의 옷을 입고

바람결에 조용히 춤을 추고 있다.

며칠 전 화려하게 뽐을 내며 웃던 벚꽃도

이제는 생명이 다한 듯 겨울 함박눈처럼 바람결을 따라

우수수 떨어지며 내년을 기약하며

도로 위를 뒹굴러 간다.

어린 시절 따스하고 한가로운 봄날.

책 보를 등에 각개로 매고 집으로 돌아오면

진돗개 노랑이가 ​달려와 꼬리를 치며 반기던 노랑이

나는 책 보를 풀어 방 윗목에 던져놓고

군것질을 찾아 이곳저곳을 뒤진다.

봄에는 먹을 것이 없기에 겨울철 주식과 간식인

고구마 창고을 뒤진다.

마루 밑 벼 껍질 왕겨 속에 넣어 저장했던 고구마

어쩌다 찾지 못했던 고구마가 순이 자라 얼굴을 내민

고구마가 얼마나 반가웠던지.

순이 자라고 수분이 빠져서 맛은 덜하지만

마루 끝에 앉아 낫으로 껍질을 벗기고

한 입 베어 물면​ 얼마니 맛이 있던지.

내가 화가 날 때 함부로 대했던 노랑이

어느새 내 곁으로 와 ​침을 흘리며

먹고 싶은 애처로운 눈빛 때문에 한 입 베어서 주면

오도독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고 나도 모르게

또 한 입 베어서 노랑이에게 준다.

내가 먹을 고구마가 작아졌지만...

다 먹고 난 뒤 노랑이가 따스한 봄 햇빛을 받으며

내 곁에 누워있다.

그 모습을 보고 내가 노랑이 배를 긁어주면

몸을 뒤척이며 몸을 나에게 맡긴다.

농익은 봄 바람결에 시골 산하 논 밭에도

파란 물결로 뒤덮어 있다.

보리밭에 파란 보리들이 춤을 추고

그 바람결을 타고 나비들이 꽃을 찾아

열심히 날갯짓을 한다.​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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